Page 80 - 선림고경총서 - 08 - 임간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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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臣種王種)’,‘차구 협대(借句挾帶)’등을 많이 논하였다.설령 관
조(觀照)를 잊은 적이 없다 하더라도 그것은 오히려 ‘외소’이며,그
것을 ‘신종’,‘차(借)’,‘탄생(誕生)’이라고도 한다.그러나 이는 하나
의 실오라기만큼도 막힘이 없는,마치 왕자가 태어나자마자 왕통을
잇듯 하는 ‘내소’,‘왕종’,‘차(借)아닌 구’와는 다르다.
‘차(借)’라는 말은 주변사일 뿐이라는 뜻으로서 부득이하게 기연
에 응하여 중생을 이롭게 하면 곧 ‘협대(挾帶)’를 이루게 된다.
분양 무덕(汾陽無德)스님은 게를 지었다.
서민과 왕후를 하나로 보지만
빈부 현우의 등급[漸次]은 나눠지는 법
수행하는 뜻을 알려 한다면
모름지기 안목을 갖춰야 하리.
士庶公候一道看 貧富賢愚名漸次
將知修行 亦須具眼
나는 이 글을 보다가 이 구절을 읽을 때면 항상 안타까워하면서
웃곤 하였다.내가 안타까워한 것은 그곳의 수좌로서 옛 스승의 뜻
을 모르고 죽었다는 점이며,또한 나산 도한(羅山道閑)스님이 깨닫
지도 못하고서 암두 전할(巖頭前豁)스님의 뜻을 알았다고 하는 사실
에 웃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조백(棗柏)스님의 말씀을 살펴보니,“지관(止觀)의 힘으로
공부가 깊어지면 깨달을 수 있다.공부란 서둘러도 이루어지지 않으
며 그렇다고 늦춘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다만 항상됨을 알아 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