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5 - 선림고경총서 - 08 - 임간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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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간록 하 85
자기 스승[先師]의 이름을 팔고 다니면서도 제자의 예를 다하지 않
았다.그가 대우(大愚)스님의 회하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법당 앞
에서 주장자에 기댄 채 이야기하다가 죽었는데,그래도 오조스님은
사람을 보내어 그의 뼈를 가져다가 탑을 세워 주었다.
42.삼세여래와 시방보살의 수행/위산 대원(潙山大圓)스님
위산 대원(潙山大圓:靈祐)스님은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도인의 마음은 소박,정직하여 거짓이 없고 겉과 속이 똑같으며
속이거나 망령됨이 없다.그리하여 언제나 보고 듣는 것이 평범하여
더 이상 왜곡됨이 없고 그렇다고 눈과 귀를 막는 것도 아니다.붙지
않게만 한다면 되었다 하겠다.예로부터 성인은 단지 속세를 잘못과
화환(禍患)만을 설하는데,만약 이렇듯 허다한 상습(想習)이 없다면
마치 맑고 잔잔하게 무심코 흐르는 가을 강물과도 같으리니,이런
사람을 도인이라 하며 또한 일없는 사람[無事人]이라 한다.
누군가 이렇게 물었다.
‘단박에 깨친 사람도 또다시 수행을 해야 합니까?’
‘ 진실로 깨친 자라면 스스로 알 것이다.수행을 하느니 안 하느
니 하는 말은 관점을 달리하는 말[兩頭語]이다.지금 비록 어떤 인
연으로 한 생각에 본래 이치를 단박에 깨쳤다 하더라도,비롯함이
없는 습기[無始習氣]를 말끔히 없애지 못하였다면,남아 있는 업장
과 끝없이 움직이는 식념(識念)을 말끔히 없애도록 하는 것이 바로
수행이지,다른 어떤 법을 가지고 수행해 나가도록 하는 것은 아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