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6 - 선림고경총서 - 08 - 임간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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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법을 듣고 이치로 들어가니,심오한 이치를 듣고 마음이 스스로
원만하고 밝아져 미혹한 경계에서 머무르지 않는다.그때 설령 백천
가지 오묘한 이치가 그러한 수행자를 올렸다 쳤다 하더라도 앉아서
옷을 풀고 스스로 살길을 찾아야만이 옳다.’”
요컨대 실제의 이치는 한 티끌도 받아들이지 않으며,만행(萬行)
중에는 아무 법도 버릴 것이 없다.그러므로 만일 단도직입(單刀直
入)하면 범부니 성인이니 하는 생각이 끊어지고 진상(眞常)이 그대
로 드러나 이(理)와 사(事)가 둘이 아닐 것이니,이것이 바로 여여불
(如如佛)이다.
그런데도 오늘날 납자들은 ‘불성이란 본디 완전한 것인데 어찌
다시 수행할 필요가 있겠는가’라고 흔히들 의심하여 수행하지 않으
니,성제(聖諦)를 깨달을 인연이 없으며,마음[情]가는 대로 따라가
마침내는 단상(斷常)에 떨어지게 된다.그들은 삼세여래와 시방보살
의 모든 수행이 모두 스스로 각성(覺性)을 따를 뿐임을 모르고 있는
것이다.이렇게 볼 때,위산스님의 “수행을 하느니 안 하느니 하는
말은 한 동전의 두 면과 같은 말이다”라는 말씀이 과연 옳은 말이
아니겠는가.
43.인연을 알고 잘 쓴 스님/혜명(慧明)스님
법안(法眼)스님의 법제자 가운데 혜명(慧明)스님이란 분이 있었는
데 지견(知見)이 몹시 고고하여 많은 총림을 하잘것없이 여겼다.처
음 대매산(大梅山)의 암자에 있을 무렵,어느 스님이 찾아오자 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