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7 - 선림고경총서 - 08 - 임간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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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간록 하 87



            게 물었다.

               “요사이 어디에서 이곳으로 왔소?”
               “ 성도(城都)에서 왔습니다.”
               “ 스님은 성도를 떠나 이 산에 왔으니,성도에는 스님 한 사람이

            부족하고 이곳에는 스님 한 사람이 남게 되었다.남으면 마음 밖에
            법이 있고,부족하면 심법이 두루하지 못하니 이 도리를 말할 수 있
            거든 이곳에 머무르고 모르겠거든 당장 떠나가라!”

               그 스님은 아무 대답도 못 하였다.
               또 천태산(天台山)으로 옮겨 살 때,그곳에는 언명(彦明)스님이라
            는 분이 있었는데 뛰어난 기변을 자부했던 인물이다.그가 스님을

            찾아오자 스님은 그에게 물었다.
               “이곳에 덕 있는 옛 분 중에 깨친 스님이 있었는가?”
               “ 있습니다.”

               “ 한 사람이 진리를 깨쳐 근원으로 돌아가면 시방 허공이 모두
            없어진다고 한다.”
               그리고는 이어 천태산을 가리키며 말하였다.

               “지금 천태산이 저렇게 우뚝한데 어떻게 저것을 없앨 수 있겠는
            가?”
               언명스님은 눈이 휘둥그래져 멍하니 스님을 바라보다가 도망가

            버렸다.
               또한 여러 노스님에게 물었다.
               “설봉(雪峯)스님의 탑명(塔銘)에 ‘인연 따라 생겨난 것[有]은 처

            음과 끝이 있어 마침내 부서지지만 인연 따라 생긴 것이 아니면 영
            겁토록 단단하다’고 하였는데,단단하고 부서지고는 그만두고 설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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