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1 - 선림고경총서 - 08 - 임간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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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간록 하 91
회지스님은 이에 강론을 그만두고 물어물어 동산(洞山)을 찾아가
니,당시 동산에는 운암(雲庵)스님이 계셨다.그리하여 그는 운암스
님과 오랫동안 교류하다가 다시 그곳을 떠나 상상(湘上)지방을 돌
아다니며 석두산(石頭山)운계(雲溪)에 암자를 짓고 20여 년 간을
살았다.
스님의 기품은 운치 있고 담박하였으며 길손이 찾으면 대개는
말을 하지 않았다.시자가 그 까닭을 묻자,“그 사람은 조정의 귀인
이니 아는 것도 많고 말도 잘하겠지만,나는 밥만 축내는 중이라 그
들을 만나면 자연히 말투가 둔해진다”라고 하였다.
내가 한번은 “산중에 사는 맛이 어떻소?”하고 물으니 게송으로
답하였다.
산중에 머무르며
사립문 닫는 것 외에
별다른 맛은 없소
장작개비 세 개를
품(品)자로 걸쳐놓고 불을 지피니
붓을 들지 않아도 문채가 나는구나
山中住
獨掩柴門無別趣
三箇柴頭品字煨
不用援毫文彩露
다시 이어 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