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2 - 선림고경총서 - 08 - 임간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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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갖 일 모두 잊고 어리석은 사람처럼
                 나의 발자취는 들사슴과 항상 함께

                 삼베옷 벗지 않고 주먹으로 베개 삼아
                 칡넝쿨 우거진 암자 몇 번이나 꿈에 보았던가.
                 萬機俱罷付癡憨 蹤跡常容野鹿參

                 不脫麻衣拳作枕 幾生夢在綠蘿庵


               스님은 62세에 강남으로 돌아가 옛 친구 조(照)스님에게 의지할
            까 생각하다가 조스님이 용안사(龍安寺)의 주지로 있다는 소식을 듣
            고 곧바로 떠났다.

               나는 이 일에 대해 게송 두 수를 지었다.



                 삼상(三湘)과 만 겹 산을 두루 보고
                 강남으로 돌아가 용안사에 누웠노라
                 구할 것 없는 한 맛의 법으로
                 총림에 머무르며 어떤지를 구경하네.
                 看徧三湘萬頃山 江南歸去臥龍安
                 只將一味無求法 留與叢林作樣看



                 시끄러움 속에 내맡기니 과연 신통하도다
                 어구(語句)속에 몸 감추니 살 길이 열렸구나
                 강철 심장에 얼굴엔 웃음 띠우니
                 종장(宗匠)을 친견한 일 헛되지 않았군!

                 鬧中抛擲亦奇哉 句裏藏身活路開
                 生鐵心肝含笑面 不虛參見作家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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