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4 - 선림고경총서 - 08 - 임간록(하)
P. 94
94
대로 부처님에게 올릴 소문(疏文)을 짓겠다.”
미치광이는 크게 놀라 자기 무리를 만나기도 부끄러워하였다.그
러나 원정스님의 문도까지도 예를 갖추어 그 돈을 받음으로써 속인
을 제도하자고 권하자,원정스님은 엄하게 꾸짖었다.
“출가한 자는 사람 보는 안목을 갖추어야만 한다.그가 참으로
성자라면 내 감히 그에게 불공스럽게 대하겠는가?그러나 그가 부
질없는 자인 줄을 알고서도 동조한다는 것은 바른 마음을 잃는 것
이다.나는 그가 타심통(他心通:남의 마음을 읽어 내는 신통력)을
갖추고 있다고 들었다.그러니 오늘 저녁 그대들과 함께 공손히 내
일 이 산에 오도록 청하여 시방의 모든 부처님과 함께 재(齋)를 올
리고 나서 법대로 엄숙하고 경건하게 꿇어앉아 소문(疏文)을 읽고
불태우리라.”
이튿날 대중을 거느리고 나아가 맞이하였으나 미치광이는 끝내
부름에 응하지 않았다.이에 학인들은 모두 스님에게 승복하였다.
47.인도승에게 예언받은 여섯 선지식/분양 무덕(汾陽無德)스님
분양 무덕(汾陽無德)스님은 71명의 선지식을 참방하였고 전후 여
덟 차례나 주지하라는 청을 받았지만 모두 거절하고 세상에 나가지
않았다.그리고는 양양(襄陽)백마사(白馬寺)와 분양(汾陽:山西省
汾州의 太子院)에서 한가히 머물렀는데 스님과 속인 천여 명이 스
님이 계신 절을 찾아와 설법을 청하였다.이미 종풍(宗風)을 크게
떨쳤으나 스님은 변함없이 산문 밖으로 나서는 일이 없었으며,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