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6 - 선림고경총서 - 09 - 오가정종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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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 오가정종찬 상


                 얼음 같은 마음은 흥화스님의 맏이요
                 기린뿔 용뿔은 임제스님의 친손자로다.

                 알몸뚱이로 천길 벼랑 위에 서니
                 선상을 뒤집는 눈먼 당나귀에게 몽둥이질하고
                 사거리에서 두 왕이 서로 만나니
                 퉁소소리가 아악을 어지럽히도다.

                 성인들은 죽어 어디로 가는가 함에
                 지옥에 가지 천당에 오르지 못한다 거짓말하며
                 어떤 물건이 이렇게 왔느냐 물으니
                 말 타고 놀다가 이번에는 당나귀에게 짓밟힘이 분명하구나.

                 한 기연 한 경계마다
                 북두성의 자리를 뒤바꾸고
                 금방 좋아했다 금방 성을 내니
                 폭포가 쏟아지고 산악이 무너지네.

                 머리도 빗지 않고 얼굴도 씻지 않는다 하니
                 무봉탑 속의 사람을 그렸는데 모습을 완성하지 못했고
                 마두는 북으로 우두는 남으로 간다 하니
                 조사의 뜻과 경전의 뜻을 헤아림은 모두 틀린 일이다.

                 노숙은 작가종장을 따르며
                 곽시자와 함께 한두 차례 동참했고
                 신참 풋내기 놀려대며
                 용흥사 스님과 서로서로 발악하는구나.
                 천 분 성인의 눈으로 그의 종적 찾으려니

                 푸른 하늘에 비바람 우레 천둥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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