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8 - 선림고경총서 - 09 - 오가정종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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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 오가정종찬 상
“못이 넓으면 산을 감추고 살쾡이는 표범을 굴복시킵니다.”
“ 죄와 허물을 용서할 테니 얼른 나가라.”
“ 나갈 수만 있다면 곧 나가겠습니다.”
스님은 그곳을 떠나 북쪽으로 양주(襄州)땅을 돌아다니다가
화엄 휴정(華嚴休靜)스님에게 귀의하여 그곳에 머무르자 화엄스님
이 물었다.
“나의 ‘목우가(牧牛歌)’를 스님이 화답해 보시오.”
“ 오랑캐 북 치고 채찍을 휘두르니 소와 표범이 뛰는데
머언 마을 매화나무 가지마다 벙긋벙긋.”
[羯鼓掉鞭牛豹跳 遠村梅樹觜慮都]
그 후 스님께서 남원 혜옹스님을 만났는데 남원스님이 물었다.
“남방의 몽둥이[一棒]를 어떻게 헤아리는가?”
“ 굉장하게 헤아립니다만 이곳의 몽둥이는 어떻게 헤아리겠습
니까?”
이에 남원스님은 주장자를 옆으로 누이고 어루만지면서 말하
였다.
“몽둥이 끝에 무생법인(無生法忍)이 기연을 만나고도 스승을
알아보지 못하는구나.”
스님은 이 말끝에 크게 깨치고 풍혈산에 나아가 남원스님의
법을 이었다.
한 스님이 물었다.
“옛 노래는 음률이 없으니,어떻게 하면 화음을 이룰 수 있습
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