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9 - 선림고경총서 - 09 - 오가정종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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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권 임제종 119


               “나무닭[木雞]은 야반삼경에 울고 띠풀개[芻犬]는 새벽에 짖는

            다.”
               [木雞啼子夜 芻狗吠天明]
               “스님의 가풍은 무엇입니까?”
               “ 산이 겹겹 높아서 학은 날갯짓하여 오르기 어렵고

               말은 천 리를 달릴 수 없어 느릿느릿 바람을 쫓아간다.”
               [鶴有九皐難翥翼 馬無千理謾追風]



               대중에게 설법하였다.
               “만일 상근기가 저마다 깨치는 데가 있으면 조금이나마 가야

            할 길이 있겠지만 깨치는 데가 없는 사람은 저마다 영웅이라 아
            무 데서나 생겨났다가 그 자리에서 사라져 버린다.이는 마치 거

            북껍질을 지지는 것과 같아서 잘 지지면 점괘가 나타나지만 잘못
            하면 알아볼 수 없게 되니,잘 지지려 해도 안 될 때는 당장 짓뭉
            개 버려야 한다.”
               영주(郢州)태수의 청으로 관아에 나아가 법좌에 올라 말씀하

            셨다.
               “조사의 마음도장[心印]이란 무쇠소[鐵牛]의 기용과 같다.떼면

            심인이 머무르고,머무르면 심인이 깨어지니 떼지도 않고 머무르
            지도 않을 땐 심인이 맞는가 심인 아님이 맞는가.”
               그때 여피(盧陂)장로라는 이가 앞으로 나서며 물었다.

               “나에게 무쇠소의 기용이 있으니 바라건대 선사는 심인을 내걸
            지 마시오.”

               “ 고래낚시 잘하는 사람이 큰 물고기가 몸채를 드러냈다 사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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