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2 - 선림고경총서 - 09 - 오가정종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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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 오가정종찬 상
찬하노라.
산[活]납승은 오직 한 사람
허기지면 부처와 조사를 잡아 삼키고
발길 닿는 곳마다 총림을 뒤흔들어 놓았다.
칩룡갑(蟄龍匣:용이 새겨진 칼집)에서 취모검(吹毛劍)이 울면
온 나라에 위엄이 떨치고
해묵은 조개 속에서 명월주가 나오니
그 빛은 팔방 끝까지 쏘아 비친다.
동산(東山)노스님 오조에게 백운스님의 바로 전하는 도장을 빼
앗도록 하니
자기가 하기 싫은 일을 남에게 시켰구나
청화엄을 몰아세워 은밀히 전해 온 명안(明安:경현)의 가사를
받게 하니
재앙은 그대에게 미치나 잘못은 내게 있도다.
신선의 한 판 바둑 촘촘히 판에 깔고서
기로(機路)위에서 관문을 들이받고
마혜수라 세 개의 눈 이마에 달았지만
해골 앞에서는 빛을 잃었네.
운문의 종지를 탐구하려고
헤진 짚신짝으로 촉산의 구름을 밟고
섭현의 가풍을 괴로워하여
열쇠를 훔쳐 내 향적세계 자물통을 마음대로 열었다네.
깊은 가을 찬비는 집집마다 주렴에 내린다 하니
3세 모든 부처는 그의 야유를 인정하지 않았으며
해 저무는 누각엔 한 가닥 피리소리 바람에 실려 온다 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