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5 - 선림고경총서 - 09 - 오가정종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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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권 임제종 145


               황룡 혜남(黃龍慧南:1002~1069)스님이 스님을 찾아뵈었을

            때 자신의 기개를 자부하며 으스대자 매섭게 꾸짖었다.조주스님
            의 감파(勘破)이야기를 물으니 황룡스님은 대답하지 못하였고,며
            칠 뒤에야 비로소 깨친 바 있어 송을 지어 스님에게 올렸다.



                 총림에 뛰어나신 이,조주스님이여
                 오대산 노파 감파한 일 쓸데없는 짓이었네
                 지금은 온 세상이 거울같이 맑으니
                 길손이여!멀쩡한 길에서 원수맺지 마시오.
                 傑出叢林是趙州 老婆勘破沒來由
                 而今四海淸如鏡 行人莫以路爲讎


               그리고는 손바닥에 있을 유(有)자를 따로 써놓았다.*스님은 그
                                                              9)
            송을 보고서 말하였다.
               “보기는 좋은데 그 중의 한 글자가 틀렸다!”
               황룡스님이 손바닥을 펴 보이니 스님은 그를 인가하였다.



               양기스님이 찾아와서 물었다.

               “그윽한 골짜기에 새 지저귀다가 구름을 마다하고 깊은 봉우리
            로 들어가니 이때는 어떻습니까?”
               “ 나는 거친 잡초 속으로 가는데 그대는 또다시 깊은 산촌으로

            들어가는구나.”
               “ 관법(官法)으로는 바늘 한 치도 용납되지 않지만 다시 질문을
            하나만 허락해 주십시오.”


            *둘째 줄 몰래유(沒來由)의 몰(沒)이 유(有)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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