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1 - 선림고경총서 - 09 - 오가정종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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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권 임제종 151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부처입니까?”
“ 세 발 달린 당나귀가 절룩거리며 걷는구나.”
“ 이렇게만 알면 되겠습니까?”
“ 호남(湖南)의 장로(長老)로구나.”
어느 날 대중법문을 마치고 법좌에서 내려오자 구봉 근(九峰勤)
스님이 스님의 소맷자락을 잡으며 말하였다.
“반갑습니다.동참(同參)을 얻게 되어서…….”
“ 동참이란 게 무엇이오?”
“ 양기는 써레를 끌고 구봉은 자루를 잡는다.”
“ 그럴 때 양기가 앞입니까,아니면 구봉이 앞입니까?”
구봉스님이 멈칫거리며 생각에 잠기자 스님이 떠밀 쳐내면서
말하였다.
“동참인 줄 알았더니 원래 그게 아니었군.”
이를 계기로 스님의 명성은 여러 총림에 알려지게 되었다.
상당하여 말하였다.
“내 잠시 머무르는 집 담벽이 헐어 선상 가득 진주빛 눈발 쌓
이니 목을 움츠리고서 가는 한숨 짓노라.”
한참을 잠자코 있다가 말하였다.
“나무 아래 계셨던 옛사람(석존)을 새삼 생각하노라.”
[飜憶古人樹下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