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3 - 선림고경총서 - 09 - 오가정종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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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권 임제종 173


                 北斗柄斜輕撥轉 大唐人眼直須盲



               상당하여 말하였다.
               “하나는 하나,둘은 둘,셋은 셋,넷은 넷이다.숫자의 눈금은
            몹시 분명하고 아래 위 차례대로 있는데 그 차례대로라면 무슨

            일이 있는가?”
               주장자로 금을 하나 쭉 그으면서 말을 이었다.
               “대중이여!60갑자(六十甲子)가 한꺼번에 흐트러졌다.”



               입춘(立春)날 상당하여 말하였다.
               “입춘에 봄 소를 때리니 한 대,두 대,천 마리,만 마리…….

            눈송이 깊이 덮여 꽃인지 눈인지 분별하기 어려운데 정수리에 눈
            있다고 부질없이 유유(悠悠)하구나.”

               손뼉을 치면서 말하였다.
               “라라라,봄바람을 귀찮게 하면서 끝끝내 그치지 않네.”



               상당하여 말하였다.
               “나뭇가지엔 바람이 울고 비는 흙덩이를 부숴뜨리는데 새벽녘
            꾀꼬리소리 베갯머리에 부서지고 청개구리 지렁이마저 함께 울어

            대는구나.묘덕 공생(妙德空生:대중승)은 깨치지 못하고 모두 깨
            치지 못한 채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아리땁고 아름답게 하늘하늘
            날아갈듯 남북으로 동서로 배꽃 오얏꽃 꺾어 들고 한 송이 두 송

            이 가슴에 달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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