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6 - 선림고경총서 - 09 - 오가정종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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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6 오가정종찬 상
15.진정 극문(眞淨克文)선사
/1025~1104
스님의 법명은 극문(克文)이며,황룡스님의 법제자로 관서 정씨
(關西鄭氏)자손이다.스님은 위산(潙山)에 살 때,어느 날 밤 운문
스님의 어록을 읽다가 “한 스님이 ‘불법은 마치 물 속에 비친 달
과 같다고 하는데 그렇습니까?’라고 물으니 운문스님은 ‘맑은 물
결은 뚫고 갈 길이 없느니라’고 대답하였다”는 구절을 읽고 느낀
바가 있었다.
그리하여 기세가 등등해졌고 여러 총림에서는 스님을 포참(飽
參:수좌 생활을 오래 하면서 배불리 참구한 사람)이라 하여 그
기봉과 맞닥뜨리는 사람이 적었다.이때 적취(積翠:황룡 혜남)스
님의 명성이 세상에 자자하다는 말을 듣고 곧장 그곳을 찾아갔지
만 적취스님은 입실(入室)과 법문[下語]을 모두 허락지 않았다.이
에 스님은 성을 내며 “내게도 깨달은 경계가 있는데 그가 내 말
을 못 알아듣는다”하며 마침내 그곳을 떠나 취암사(翠巖寺)순
(順:上藍)스님을 친견하자 순스님이 물었다.
“어디서 왔는가?”
“ 적취사에서 왔습니다.”
“ 고향은 어딘가?”
“ 관서(關西)땅입니다.”
“ 그대의 스승은 누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