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9 - 선림고경총서 - 09 - 오가정종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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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권 임제종 179


            에 가서 스님을 찾아뵈었는데,그 후 오조스님이 원오(圓悟)스님에

            게 말하였다.
               “진정스님이 큰 물결로 큰 깃발을 흔들어대는 수단이 있으니
            청원(淸遠:불안)스님이 그곳에 갔다 하지만 반드시 서로 맞는다
            고는 할 수 없다.”

               과연 며칠이 되지 않아 불안스님의 편지가 원오스님에게 도착
            하였다.

               “요즘 귀종사에 와서 우연히 그물이 새어 고기를 놓쳤습니다.
            운거 유청(雲居惟淸)수좌가 지은 회당(晦堂)스님 진영찬(眞影贊)에
            의하면 ‘소문으로는 부귀를 누린다 하더니만 만나 보니 가난뱅이

            구나’라고 하기에 그 말을 의심해 왔었는데 진정스님을 만나 보니
            과연 그의 말이 틀리지 않았습니다.”

               그 후 한 해가 지나서 다시 오조산으로 돌아오자 대중들이 그
            에게 불자를 잡고 마음[心]과 성품[性]을 설하기를 청하니 오조스
            님이 말하였다.
               “청원사형이 이와 같이 선을 설하지만 그것과는 아무 관계 없

            는 일이다.”



               무진거사가 도솔스님을 뵙고 청소(淸素)시자의 말후구(末後句)
            의 일을 물은 적이 있었다.뒤에 재상을 그만두고 귀종사를 지나
            는 길에 밤늦게 이야기하다가 이 이야기를 하자 스님은 버럭 성

            을 내며 말하였다.
               “이 무슨 피 토하고 죽을 놈의 헛소리냐!어떻게 그런 헛소리

            를 믿고 받아들일 수 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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