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84 - 선림고경총서 - 09 - 오가정종찬(상)
P. 184

184 오가정종찬 상


               그리하여 스님은 남방으로 길을 나섰는데 흥원사(興元寺)에 이

            르러 세월을 보내며 머무르고 있었다.이때 스님을 가르쳤던 은사
            스님이 이 소식을 듣고 편지를 보내 왔다.
               “네가 간장독에서 나왔나 했더니 다시 양념독으로 들어갔구
            나.”

               스님은 드디어 흥원사를 떠나 부산(浮山)에 와서 이 이치를 다
            시 물으니 부산스님이 말하였다.

               “여래께서는 비밀한 말씀을 하셨고 가섭존자는 이를 감추지 않
            았다.”
               스님은 이 말에 의심이 풀렸다.이에 부산스님은 백운 수단스

            님을 찾아가라 하였다.그 길로 스님은 백운스님을 찾아가 마니주
            화두[摩尼珠話]*로 크게 깨치고 ‘투기송(投機頌)’을 지었다.
                          12)


                 산기슭 한 뙈기 쓸모없는 밭을
                 두 손 모아 쥐고 간곡히 늙은이에게 물었더니
                 몇 번이고 팔았다가 다시 사들인 것은
                 송죽이 맑은 바람 불러들이는 것 좋아서란다.
                 山前一片閑田地 叉手叮嚀問祖翁
                 幾度賣來還自買 爲憐松竹引淸風




            *남전스님에게 사조(師祖)스님이 물었다.“‘마니주를 사람들이 알지 못하니 여
              래의 창고 속에서 몸소 얻었네’하였는데,여래의 창고란 무엇입니까?”“내가
              그대를 위해 왕래한 것이 창고이다.”“가지도 오지도 않는 것은 무엇입니까?”
              “ 그것도 광이다.”“무엇이 구슬입니까?”남전스님이 사조스님을 부르니 사조
              스님이 “네”하고 대답하자 “가거라!그대는 내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구나”
              하였다.사조스님은 여기서 깨쳤다.
   179   180   181   182   183   184   185   186   187   188   1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