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86 - 선림고경총서 - 09 - 오가정종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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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 오가정종찬 상
멀리서 차가운 나팔소리가 외로운 성에 울려오니
십 리 산마루는 서서히 어둠 속에 묻히네
한 가락 이 소리에 한없는 뜻 서려 있어
들을 수 있는 소리도 있고 듣지 못하는 소리도 있네.
幽幽寒角發孤城 十里山頭漸杳冥
一種是聲無限意 有堪聽有不堪聽
원오 극근(圓悟克勤)스님이 시자로 있을 때,우연히 진제형(陳
提刑)이 찾아와 도를 묻자 스님(법연)께서 말하였다.
“제형께서는 ‘소염시(小艶詩)’를 읽어본 적이 있습니까?
‘소옥아!소옥아!*하고 부르는 뜻은 원래 다름이 아니고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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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낭군에게 알리려는 소리라오[頻呼小玉元無事 只要檀郞認得
聲].’”
제형은 이 뜻을 알지 못하였지만 원오스님은 이 말을 듣고 깨
우친 바가 있었다.스님은 원오스님의 손을 잡고 요사채를 돌아다
니며 “나의 시자가 선을 깨쳤다”고 하였다.
또한 무위 종태(無爲宗泰)스님에게는 ‘와고가(瓦鼓歌)’를 부르게
하였는데 ‘현무문……’하는 대목에서 깨우친 바가 있었다.
찬하노라.
반야의 칼날이요
*소옥(小玉)은 당 현종(玄宗)때 양귀비(楊貴妃)의 시녀 이름이다.양귀비는 현
종이 주위에 없으면 안록산을 불러들이기 위해 담장 밖으로 “소옥아 소옥아”
하고 외쳤으니,원뜻은 소옥이를 부른 것이 아니고 안록산을 부른 것이다.화
두도 이와 같이 그 깊은 뜻은 다른 곳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