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87 - 선림고경총서 - 09 - 오가정종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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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권 임제종 187


                 지혜의 횃불이라
                 좌현 포허촌(左縣 蒲許村)에서 태어나
                 성도 땅 대자사(大慈寺)에서 강을 들었네.

                 ‘스스로 알 수 있는 이치’를 물어
                 이치 따지는 호랑이의 목구멍을 막히게 했고
                 직지인심(直指人心)을 참구하다가
                 눈먼 나귀들의 대열로 굴러들어갔도다.

                 간장독의 벌레가 양념독에 다시 들어갔다지만
                 익숙한 곳에 이르러 과연 옛 맛을 잊지 못하고
                 큰 독수리 뱁새를 낚아채듯
                 땅에 닿자마자 곧바로 솟구쳐 올랐네.

                 백운산에 이르러
                 남전스님의 ‘마니주’를 쳐부수고
                 원감(부산)스님을 만나서
                 여래의 밀어를 알았도다.

                 산기슭 거친 밭을 사랑함은
                 송죽이 맑은 바람을 불러오기 때문이요
                 격식을 벗어난 고향 이야기를 늘어놓으니
                 밝은 대낮에 소나기 쏟아지네.

                 뿔나팔소리 나팔수에게 전하니
                 남몰래 시름 젖어 애를 태우고
                 맨드라미 꽃으로 실 끝에 자줏빛 물을 들이고
                 무쇠콩떡을 잘못 터쳤네.

                 법을 얻으려는 거지가 자리 얻자
                 요사채 빙빙 돌며 내 시자가 선을 깨쳤노라 자랑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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