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91 - 선림고경총서 - 09 - 오가정종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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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권 임제종 191


               “나는 그렇게 말하지 않겠다.갑자기 누군가 나에게 ‘많은 부

            처님이 몸 벗은 곳은 어떤 곳이냐’고 묻는다면,나는 그에게 ‘훈
            훈한 바람이 남녘에서 불어오니 법당 모서리에 서늘한 기운이 감
            도는구나’라고 말할 것이다.”
               이 말에 대혜스님은 느낀 바가 있었다.그 후 대혜스님은 수좌

            가 되어 불자를 잡고 설법하였는데,그 이튿날 시골뜨기 스님 하
            나가 올라와 물었다.

               “어젯밤 수좌의 설법이 어떻습니까?”
               스님이 손가락으로 코를 쥐어 보이고 한 차례 북을 치자 대중
            들은 크게 웃었다.이에 대혜스님이 곧장 방장실로 올라가 떠나겠

            다고 하니 스님은 말하였다.
               “어젯밤에는 3세 모든 부처님이 너에게 욕을 먹었고 육대 조

            사 또한 너에게 욕을 먹었는데 내가 코 좀 쥐었다 해서 네가 떠
            날 수는 없을 것이다.”
               대혜스님은 자기도 모르게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스님은 협산(夾山)에 있을 때 설두 중현(雪竇重顯)스님의 어록
            에 염(拈)을 달고 벽암록(碧巖錄)이라 이름하였다.

                삼국지(三國誌)에 의하면 “아들을 낳을라치면 마땅히 손중모
            (孫仲謀:孫權)같은 아들을 낳아야 하니 유경승(劉景升:劉表)의
            아들들은 개나 돼지일 뿐이다”라고 하였다.

               ‘금압향송(金鴨香頌)’은 스님이 소옥의 이야기에서 깨친 게송이
            며,‘석선화계(石蟬花偈)’는 스님이 입적할 때 금강(錦江)에 묻어

            줄 것을 당부하는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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