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92 - 선림고경총서 - 09 - 오가정종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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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 오가정종찬 상


               찬하노라.



                 소 잡아먹을 기상에
                 하늘을 나는 학의 정신이로다.
                 범촉공은 번화한 곳 떠나라 권유하였고
                 동산 노스님은 강남에서 열병 앓아라 저주하였네.

                 소옥아!부르는 소리에
                 당나귀 안장다리가 아버지의 아랫턱인 줄 알았고
                 훈훈한 바람 운운하는 시구에
                 다람쥐 잡아 보니 자기네 식구였네.

                 동자 시켜 향을 사오게 하여
                 남당 원정스님 붙잡아 구슬을 합포(合浦)로 돌려보냈고
                 청림에 흙짐 지는 사람을 천거하여*
                                                 14)
                 불안 청원스님 놓아주어 칼이 용진(龍津)에 뛰게 하였다.

                  벽암록 을 제창하여
                 진창을 뒤집어쓰고
                 소각사를 일으켜 세우니
                 쇠소리 옥소리가 맑게 울리네.

                 ‘발밑을 보라!’는 한마디에
                 종문을 멸망시키리라는 수기를 받았고
                 코끝을 쥐었지만
                 어찌 송아지를 핥아 주는 마음이 없으랴.

                 금압향(金鴨香)불 스러질 때


            *청림 사건(靑林師虔)스님은 신참이 오면 하루 세 짐씩 흙을 퍼 날라 오라고
              시켰다.여기서 흙짐 지는 사람은 초학자를 말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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