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96 - 선림고경총서 - 09 - 오가정종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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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 오가정종찬 상
방수사 연못에 사는 자라코 독사여!
마음먹고 상대하려 하면 야유만 하니
누가 이 뱀대가리를 뽑을 수 있나
2백 년 동안 여기에 착어할 사람이 없겠네.
方水潭中鼈鼻蛇 擬心相向便揄揶
誰人拔得蛇頭出 二百年無人下語
스님은 셋째 마디에 착어(著語)하였다.
“방수사 연못의 자라코 독사여!”
한 스님이 물었다.
“사람은 빼앗아도 경계는 빼앗지 않음[奪人不奪境]이란 무엇입
니까?”
“ 마왕을 사로잡아 코끝을 꿰뚫는 것이다.”
“ 사람과 경계를 모두 빼앗지 않음이란[人境俱不奪]무엇입니
까?”
“ 대낮에 소를 타고 저자거리 한복판을 뚫고 지나가는 일이다.”
우구 거정(愚丘居靜)스님이 참구할 때였다.스님이 향엄 지한
(香嚴智閑)스님의 ‘마른 나무에 용이 우는 소리[枯木龍吟]’화두를
들어 이리저리 묻고 따지는 가운데 마침내 거정스님이 깨치자 이
렇게 말하였다.
“차가운 바위 위에 돋아난 기이한 풀을 붙들지 말라.흰구름
속에 눌러앉으면 우리 종지가 묘할 것이 없다.”
거정스님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