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97 - 선림고경총서 - 09 - 오가정종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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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권 임제종 197
“그대로 칼을 휘둘러야 합니다.만일 칼을 휘두르지 않으면 어
부가 새 둥지에 살게 됩니다.”
스님은 깜짝 놀라며 말하였다.
“이 어린애가…… 잘 있거라.”
그리고는 곧장 가 버렸다.
석두 자회(石頭自回)스님은 대대로 석공 집안이었다.그는 글자
를 몰랐는데 출가를 동경하는 마음에 누군가에게서 법화경 을
구전(口傳)으로 전해 듣고 마음속으로 외워 왔다.그러다가 스님에
게 귀의하여 시봉을 맡았는데 하루는 스님이 그에게 돌 일을 맡
겼다.자회스님이 손에 망치를 쥐고 바위를 치면서도 쉴 새 없이
경을 외우자 스님이 말하였다.
“오늘도 탁탁,내일도 탁탁,돌만 때리다가 생사가 닥쳐오면
어떻게 대응할꼬?”
자회스님은 깜짝 놀라 쥐고 있던 연장을 놓고서 스님에게 절
하고 깨치는 법문[究竟法]을 청하였다.그리하여 스님을 따라 방
장실에 가니,스님은 그에게 법화경 외우는 일을 그만두고 조
주스님의 ‘오대산 노파를 간파한 화두’를 들게 하였다.그 후 한
참 지나서 돌을 다듬다가 단단한 돌을 만나 망치를 힘껏 내려쳤
는데 불똥이 탁 튀기는 것을 보고 깨쳤다.그리고는 송을 지어 올
렸다.
힘을 다해 공부했건만
깜깜하여 단서가 잡히지 않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