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00 - 선림고경총서 - 09 - 오가정종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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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 오가정종찬 상


                 용과 함께 잠을 자니 온몸이 흙탕이로다
                 소나무 끝에 갈고리 같은 초승달을 차갑게 걸어 놓고
                 화림봉(樺林峰)에서 몇 번이나 회포를 펴 보았던가
                 두어 차례 향기바람 꽃소식이 불어오는데
                 모란병풍 펼쳐 놓고 잔치한들 무슨 운치가 있을 손가.

                 보검을 휘저으니
                 우구 거정스님은 번갯불 그림자가 공중에 번득이고
                 내리치는 쇠망치에
                 석두 자회스님의 쇳소리는 땅에 나뒹군다.

                 성인이다 범인이다 하는 생각이 다한 곳은
                 불안(佛眼)으로 찾아봐도 그 자취 없으니
                 포허 등씨(蒲許鄧氏:오조 법연)가 노스님에게
                 따로 요사 한 채 지어 준 일 이상치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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