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03 - 선림고경총서 - 09 - 오가정종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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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권 임제종 203
한 스님이 물었다.
“스님께서는 오조스님을 친견했다 하는데 그렇습니까?”
“ 무쇠소는 황금풀을 씹는다.”
오조스님의 기일(忌日)에 상당법문을 하였다.
“작년 오늘 이맘때는 붉게 달궈진 화로 위에 눈조각이 날리더
니 오늘 작년 이맘때는 효녀 조아(曹娥)*가 밤에 비문을 읽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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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막 한마디는 부처님 눈으로도 엿보기 어려운데 백련봉 정상에
는 붉은 해가 수미산을 맴돌고 새는 산호가지를 쪼아대는데 고래
는 여수(麗水)의 물소를 삼켰도다.태평의 창업이 건재하니 천고에
양기스님 뒤를 이었네.”
달마대사가 양무제(梁武帝)를 만난 인연을 송하였다.
아각(阿閣)에 처음 범종소리 울릴 때
한낮에 늙은 용은 깊이 잠들고
두 번째 봉황대에서 북을 쳤을 때
야반삼경 봉황새는 아직도 춤추지 못하였네
제왕의 창업은 반석처럼 굳건한데
오랑캐 중은 평생 헛수고하고
소림사 돌아와 지나온 길 되돌아보니
땅에 가득히 떨어진 꽃잎에 봄은 어지러워라.
始鳴阿閣一聲鐘 日午蒼龍睡正濃
*조아(曹娥):후한(後漢)조정(曹盯)의 딸.14세에 아버지가 익사하자 강가에서
울다가 물에 투신한 효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