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05 - 선림고경총서 - 09 - 오가정종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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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권 임제종 205


                 길을 잃었다가 달마를 만났도다.

                 삼라만상 그림자 속에 가풍을 헤쳐 낼 줄을
                 일찍이 몇이나 알았으며
                 성색(聲色)의 언덕 위에
                 조사 관문을 어찌 뚫고 지나왔던가.

                 오로지 말후구를 밝혀내니
                 고래는 여수의 물소를 삼켰고
                 스승[先師]을 친견하니
                 무쇠소가 황금풀을 씹도다.

                 확인을 가르치는 일 모름지기 친절해야 하니
                 향산자가 조주를 만났을 때 몇 층 다락으로 받들어 올렸으며
                 의리를 보면 용감해야 하니
                 진해명주를 앙산스님 대신하여 한 궤짝 쏟아 부었네.

                 방장실의 기용이 높아 사람들 모여들기 어려운데
                 운대(雲臺)다하는 곳에서 포로되었으며
                 붓끝으로 밭갈이 깊이 하니 나는 스스로 풍년인데
                 한림원 선비들은 오로지 문장에 공을 들이는구나.

                 푸른 군막 아래 앉아 태평의 창업을 세우고
                 종산에 이르러서는 양(梁)나라 보지(寶誌)스님과 손을 잡고
                 껄껄껄 크게 웃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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