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07 - 선림고경총서 - 09 - 오가정종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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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권 임제종 207


            다.”

               스님은 부끄러워하며 급히 지객(知客)의 처소로 돌아와 밤새
            좌선하며 끙끙 앓았다.추위를 느끼고 화롯불을 뒤적이다가 크게
            깨치고는 단박에 두 노스님의 마음 씀씀이를 보게 되었다.
               “깊고 깊은 곳을 헤쳐 보니 이 조그만 불씨가 있구나.내 일생

            사도 이와 같을 뿐이다.”
               그리고는 등불을 켜고 전등록 을 읽다가 파조타(破竈墮)스님

            의 인연에 이르러 자신의 깨침과 환하게 부합되어 송을 지었다.


                 그윽한 밤새는 슬피 우는데
                 옷 걸치고 밤새껏 앉아 있었네
                 화롯불 뒤적이다 평생일 깨쳐 보니
                 부엌귀신 궁하게 만든 파조타스님이었네
                 일은 밝은데 사람이 제 스스로 길을 잃으니
                 간곡한 이야기를 그 누가 화답할꼬
                 생각하니 길이길이 잊을 수 없는데
                 문을 열어제치니 지나는 사람 없구나.
                 忉忉幽鳥啼 披衣終夜坐
                 撥火悟平生 窮神歸破墮

                 事皎人自迷 曲談誰能和
                 念之永不忘 門開少人過


               원오스님이 스님이 깨쳤다는 말을 듣고 5경(五更)에 문을 두드

            렸다.스님이 깨친 바를 말하자 원오스님이 말하였다.
               “‘청림이 흙을 나르라[靑林搬土]’한 화두는 ‘철륜천자가 천하
            에 내린 칙명’이라고 하겠다.지객(知客:불안스님)은 어떻게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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