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10 - 선림고경총서 - 09 - 오가정종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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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 오가정종찬 상


                 옛사람이 이르지 못한 경지에 이르러 운력하고 차마시니
                 맑은 찻단지에 눈 같은 파도 일렁인다.

                 신선의 손에 들린 붉은 비단 부채여
                 불감스님이 보라는 곳에 눈을 두어 친해짐이 기뻤고
                 제석궁중에 대사령(大赦令)선포하니
                 청림산에서 꼭 죽을 사람을 마음 다해 풀어 주었네.

                 용문산 만길 낭떠러지에
                 개인 하늘에 꼬리 태우는 번개가 번뜩이고
                 천길 되는 깊은 공수(邛水)에
                 강물을 가로질러 향기 뿜는 코끼리를 낳는다.

                 방앗공이에 꽃이 핌이여
                 설당스님이 선재동자의 행각에 비유함을 허락하고
                 독사에 물린 스님이여
                 고암스님 대인상이 나타났다 하는 말을 듣는다.

                 마음을 설하고 성품을 설함은
                 그것과는 관계없는 일
                 ‘삼자성(三自省)’한 편을 지으니
                 만고 총림에 납자의 표본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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