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16 - 선림고경총서 - 09 - 오가정종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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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 오가정종찬 상


               “대나무가 빽빽해도 물이 흐르는 데는 지장 없습니다.”

               그때에 원오스님은 머리를 끄덕거렸다.
               그 후 장주(藏主)가 되었는데,사람들이 말하였다.
               “소륭장주는 저처럼 사람이 유약하니,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는
            가?”

               그러자 원오스님이 말하였다.
               “그는 잠자는 호랑이다.”



               상당하여 말하였다.
               “잡았다 놨다를 자재하게 하더라도 모두 금시(今時:수행할 것

            이 있는 경계)에 떨어지고,잡았다 놨다 하지 않으면 깊은 구덩이
            에 떨어진다.그렇다고 바람이 불어도 들어올 틈이 없고 비가 때

            려도 몸에 묻지 않는 경지에 있다 하더라도 자세히 살펴보면 그
            는 자신도 구제하지 못한다.듣지 못했는가?‘싸늘한 연못에 비친
            달 그림자같이,고요한 밤에 울리는 종소리같이,치는 대로 울리
            나 종은 변함이 없고 물결 따라 흔들리나 달은 부서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아직은 생사언덕에서 일어나는 일이다’하신 말을.”
               주장자를 뽑아 들고 금을 하나 그으면서 말하였다.

               “이 금 하나로 도생(道生)법사의 오랜 갈등을 끊어 버렸다.돌
            이 고개를 끄덕임에 자기도 모르게 손뼉을 치며 크게 웃는다.말
            해 보아라!무엇을 보고 웃는가.뒤통수에서 뺨을 보는 사람과는

            거래할 것이 못 된다.”



               상당하여 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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