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19 - 선림고경총서 - 09 - 오가정종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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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권 임제종 219


                 어리석은 놈 목을 베어 방앗돌 위에 눕히더니만
                 옛 골짝 복사꽃이 붉은 비단 족자 같을 무렵
                 바람결에 예쁜 여인과 이별의 말을 나누었도다.

                 길에서 죽은 뱀을 보거든
                 밑 없는 광주리에 담아 오라 하니 어디다 쓸 것이며
                 봄볕에 온갖 새들이 시끄러운데
                 부질없이 굽은 난간에 기대어 말이 없어라.

                 동산(오조)의 용봉이며
                 임제의 자손이라
                 옥 병에 티끌 하나 묻지 않으니
                 이것이 하나의 별세계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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