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9 - 선림고경총서 - 09 - 오가정종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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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권 29
“어디서 오는가?”
“ 숭산에서 옵니다.”
“ 무엇이 이렇게 오는가?”
“‘ 무엇’이라 해도 틀립니다.”
“ 닦아 깨칠 것이 있는가?”
“ 닦아 깨침이 없지는 않지만 물들지만 않으면 그뿐입니다.”
“ 물들지 않는 이것이 바로 모든 부처님이 아끼시는 것이니,너
도 그렇고 나도 그렇다.”
청원 행사(靑原行思:?~740)스님이 스님을 찾아뵙고 물었다.
“어디에 힘을 써야 계급에 떨어지지 않습니까?”
“ 그대는 이제껏 무엇을 해왔는가?”
“ 불법[聖諦]마저도 일삼지 않았습니다.”
“ 어느 계급쯤에 떨어졌는가?”
“ 불법이라 해도 하지 않았는데 무슨 계급이 있겠습니까?”
스님은 그의 깨달음을 깊이 수긍하였다.
스님이 입적하려는 즈음에 신주(新州:스님의 출생처)로 가려
하니 대중들이 물었다.
“스님께서 이번에 가시면 조만간에 다시 돌아오시겠습니까?”
“ 나뭇잎은 떨어져 뿌리로 돌아가지만 올 때는 말없이 오느니
라.”
그리고는 게송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