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권 31
작가(作家)의 풀무를 열어 놓으니
시골 오랑캐가 황금덩이 몇 개씩 가져가고
한 질의 단경 을 설법해 내니
냄새나는 가죽 주머니에 많은 골동품 담아 가네.
나뭇잎 떨어져 뿌리로 돌아가나 올 때는 말없다 하니
꼼짝없는 죽음은 뒤집기 어려운 일이요
대지가 씨앗을 머금어 내리는 비에 싹튼다 함도
멀거니 눈뜨고 하는 일 잠꼬대뿐일세.
천고의 조계산이 거울처럼 맑으나
흐르는 물결을 화살로 끊을 근기가 아니라면
잠겨 버릴 것이니 무슨 소용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