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3 - 선림고경총서 - 09 - 오가정종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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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

               그리고 육조는 남악스님에게 말하였다.
               “그대의 뒤에 망아지 한 마리가 나타나 세상 사람을 밟아 버릴
            것이다.”



               석공 혜장(石鞏慧藏)이 사냥꾼이었을 때였다.마침 스님의 마당
            앞을 지나가자 스님은 그를 보고 물었다.

               “무엇 하는 사람인가?”
               “ 사냥을 합니다.”
               “ 활을 쏠 줄 아는가?”

               “ 알고 있습니다.”
               “ 한 발로 몇 마리나 맞추느냐?”

               “ 한 발로 한 마리를 맞출 수 있습니다.”
               “ 그대는 활을 쏠 줄 모르는구나.”
               “ 스님께서도 활을 쏠 줄 아십니까?”
               “ 알지!“

               “ 한 발로 몇 마리나 맞추십니까?”
               “ 한 발로 한 떼를 다 잡는다.”

               “ 한 마리나 한 떼나 피차 생명이긴 마찬가지인데 무엇 하러 한
            떼를 쏠 필요가 있겠습니까?”
               “ 그런 줄 알고 있다면 어찌하여 스스로를 쏘지 않는가?”

               “ 저더러 스스로를 쏘라 하시면 당장에 손을 쏠 여지가 없을 것
            입니다.”

               “ 오랜 겁 쌓인 이놈의 무명(無明)이 한 순간에 사라졌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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