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0 - 선림고경총서 - 09 - 오가정종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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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오가정종찬 상


                 마음 땅이 온갖 씨앗을 머금으니
                 온 누리 내린 비에 모두 다 싹이 튼다
                 돈오화(頓悟花)의 마음이 다하면
                 보리과(菩提果)는 저절로 익어지리라.
                 心地含諸種 普雨悉皆生
                 頓悟花情已 菩提果自成



                찬하노라.


                 동쪽나라 심종(心宗)이며
                 영남 땅 오랑캐 족속이라.

                 글자라곤 한 자도 모른 채
                 땔나무로 어머니를 알뜰하게 모셨네.

                 황매산 방앗간에서 방아 찧다가
                 방앗돌 떨어지자 허리춤 가뿐한 줄 알았고
                 신주 저자의 평지에서 곤두박질 치노라니
                 지게목발 지끈하자 나뭇짐 무거운 줄 알았네.

                 번쩍이며 부라리는 악어 눈동자로
                 명상좌에게 의발을 다툰다 나무라고
                 얼음처럼 차가운 독사의 입김으로
                 인종법사 문도를 물리쳐 바람과 깃발의 움직임이 아니라 했네.

                 물들지만 않으면 된다 하여
                 남악 가산 남김없이 탕진하고
                 불법마저 일삼지 않는다 하여
                 청원의 물결 천 길이나 솟구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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