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7 - 선림고경총서 - 09 - 오가정종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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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권 67


               “3계의 영상(影像)이 나타나지 않았을 때는 어떤가?”

               “ 그렇다면 지금이 어떻게 있겠습니까?”
               “ 있고 없고는 그만두고 지금은 어떠한가.”
               “ 예도 아니고 지금도 아닙니다.”
               “ 나의 법안(法眼)이 너의 몸에 있었구나.”



               스님이 말하였다.

               “어쩌다가 세상일을 만나면 그 이치는 체득하지 못하고 말만
            배워 가죽부대 속에 넣을 줄만 알아서는 가는 곳마다 ‘나는 참선
            을 아노라’고 떠벌리지만 생사를 뒤바꿔 놓을 수야 있겠는가?늙

            은이 말을 가볍게 여기면 쏜살같이 지옥에 빠지리라.”



               찬하노라.


                 거친 스님은
                 조금도 얽매임 없어.

                 대당천자를 때리니
                 얼굴이 피처럼 붉고
                 어린아이 임제를 때리니
                 몽둥이가 비오듯 하였다.

                 대웅산 아래 뛰쳐나온 호랑이는
                 발톱과 이빨이 없고
                 대의강 나루에서 넘어진 어머니는
                 은혜와 원수를 가리지 못하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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