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5 - 선림고경총서 - 09 - 오가정종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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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권 75
“무슨 책이오?”
“ 청룡소초요.”
“ 무슨 경을 강론한 책이오?”
“ 금강경이오.”
“ 내,한 가지 묻겠는데 만일 대답을 한다면 간식[點心]을 드리
겠지만 못 한다면 다른 데로 가 보시오.경에 이르기를 ‘과거심도
얻을 수 없고 현재심도 얻을 수 없고 미래심도 얻을 수 없다’고
하였는데 스님은 어떤 마음에 점 찍으려[點心]하오?”
스님은 아무런 대꾸를 하지 못한 채 그 길로 곧장 용담 숭신
(龍潭崇信)스님을 찾아가 말하였다.
“오랫동안 ‘용못[龍潭]’이라 들어왔는데 막상 와서 보니 못도
보이지 않고 용도 나타나지 않는구려.”
“ 그대가 몸소 ‘용못’에 가 보았는가?”
스님은 대답을 잃고 마침내 그곳에 머무르게 되었다.
어느 날 밤 용담스님을 모시고 서 있었는데 용담스님이 말하
였다.
“밤이 깊었는데 어째서 내려가지 않느냐?”
“ 안녕히 주무십시오”하고 나갔다가 다시 돌아서면서 말하였
다.
“바깥이 캄캄합니다.”
이에 용담스님은 촛불을 켜서 건네주었는데,스님이 받아 드는
순간 용담스님은 느닷없이 불어 꺼 버렸다.스님이 크게 깨치고
절을 올리자 용담스님이 물었다.
“그대는 무엇을 보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