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7 - 선림고경총서 - 09 - 오가정종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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었다.
“오늘 왔던 신참승은 아직도 머무르고 있느냐?”
“ 그때 바로 법당을 뒤로한 채 짚신 신고 떠나 버렸습니다.”
“ 그는 뒷날 우뚝한 산마루에 토굴을 첩첩이 지어 놓고 불조를
꾸짖게 될 것이다.”
스님은 어느 날 공양시간이 늦어지자 손수 바리때를 들고 큰
방 앞을 지나갔다.그때 전좌(典座)로 있던 설봉스님이 말하였다.
“아직 종도 안 치고 북도 안 쳤는데 바리때를 들고 어디를 가
십니까?”
그러자 스님은 곧 방장실로 돌아갔다.
설봉스님이 이 일을 암두 전할(巖頭全豁:828~887)스님에게
말하였더니,암두스님이 말하였다.
“가엾은 덕산이 아직도 말후구(末後句)를 깨닫지 못하였구나!”
스님은 이 말을 듣고 시자에게 암두스님을 불러오게 하여 “네
가 이 노승을 수긍하지 않느냐?”하니 암두스님은 은밀히 자기
뜻을 알려주었다.이튿날 상당하여 평소와는 다르게 법문하니 암
두스님이 큰방 앞에서 그 모습을 보고서 손뼉치며 말하였다.
“기쁘다!큰방 늙은이가 ‘말후구’를 알았구나!그렇지만 3년뿐
이다.”
과연 스님은 3년 후에 입적하셨다.
대중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들이 아무 일에도 마음을 두지 않고,또 마음을 일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