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6 - 선림고경총서 - 10 - 오가정종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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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 오가정종찬 하
사자좌에 오른 스님께서는 무엇을 가지고 중생을 제도하시렵니
까?”
“ 산은 높고 물은 넓다.”
“ 뿌리 없는 나무에 꽃이 피고 고기가 만 길 높은 봉우리에 뛰
어오릅니다.”
“ 신라에서는…….”
“ 자비의 배는 맑은 물결 위에 노를 젓지 않는데 검협(劍峽:협
곡이라 물결이 세므로 배를 띄울 때는 그에 앞서 나무거위를 띄
워 보는 풍습이 있다)에서는 부질없이 나무거위를 놓아줍니다.”
“ 옷을 벗고 가시 위에 누웠다.”
“ 사람들은 말을 가지고 시험하려 듭니다.”
“ 그들은 편할 대로 하는 데 익숙하다.”
그 스님은 손뼉을 치면서 말하였다.
“다시 날뛰는군요.”
상당하여 말하였다.
“문수의 보검을 얻은 자가 존귀하다.”
그리고는 마침내 주장자를 뽑아 들고 설하였다.
“나 정인사 대각은 오늘 이렇게 일천 성인들의 길을 그대로 끊
어 버렸다.비록 그렇다지만 아직은 창과 방패가 서로 부딪치고
있는 형편이니 칼날을 닿지 않으려면 어떻게 움직여야 하겠는가?”
한참 동안 잠자코 있다가 말을 이었다.
“들쑥은 저절로 돋아나 속절없이 물가에 서 있고 강남제비 처
음 돌아오니 사람이 보이지 않는구나!참구하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