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7 - 선림고경총서 - 10 - 오가정종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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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권 운문종 157
오묘한 경지 전할 수 없는데
한 마리 개미는 실을 끌어 구곡주(九曲珠:구멍이 9개 난 구슬.
구멍에 꿀을 바르고 개미허리에 실을 매어 꿴다고 함)를 잘도 꿰
누나.
붉은 흙으로 소 젖줄을 바름이여
불경계 마경계에 들어가니 실 끝에 매달린 목숨 같고
생철로 얼굴 가죽을 쌌으나
용과 뱀을 가리는 기봉은 화살촉을 씹듯 하도다.
금망치 그림자 손바닥 위에서 둥글게 맴도나
모서리가 뾰족하고
보검의 차가운 빛 눈썹에 걸리니
칼날이 촘촘하구나.
말 그림으로 오묘한 경지라도 말 뱃속에 들어간다는 말에
이백시 놀라 잠깨우고
애정시로 사람을 현혹하니 지옥에 떨어진다 하여
황산곡을 두려움에 떨게 했네.
천의스님의 붉은 용광로 속에서 달궈져 나오니
금인지 놋쇠인지 가리지 못하겠고
소림사 깊은 눈 속에 앉았으니
옥과 돌을 가리기 어렵구나.
나는 불법을 설할 줄 모르고
인연 닿는 대로 한 잔의 차나 마신다 하면서
또 언제 비로 모래를 불어 날리고
바람으로 나무뿌리 뽑을 줄 알았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