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6 - 선림고경총서 - 10 - 오가정종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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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 오가정종찬 하

            살상을 그리도록 바꾸라고 하니,그는 이 권유를 따랐다.또한 황

            산곡(黃山谷:黃庭堅)이 남녀의 애정을 노래하는 데 능하여 사람
            들은 다투어 그의 시를 애송했는데 스님이 이를 꾸짖자 황산곡은

            웃으면서 말하였다.
               “나도 말 뱃속으로 넣으려고 하시오?”
               “ 공은 연애시를 지어 사람의 마음을 방탕케 하였으니,말 뱃속
            에 들어가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옥에 날까 두렵다.”

               황산곡은 깜짝 놀라 이를 그만두었다.



               찬하노라.


                 아무것도 거치적거릴 게 없는데
                 어찌하여 가다 말다 하는가.

                 맥적산 꿈속에 몸을 뒤집으니
                 죽포파에서의 웃음 속에는 독이 담겼네.

                 정수리의 바른 안목은
                 천지를 물거품과 같이 보았고
                 궁궐에 노니는 마음은
                 강호를 올가미로 여겼네.

                 알음알이 생기면 지혜가 막힌다는 보자스님의 화두를 깨쳐
                 온몸에 식은땀 흘렸고
                 화엄의 법계가 마음을 근본함을 가리키니
                 헛꽃이 눈을 어지럽혔네.

                 현묘한 가운데 스스로 깨달았으니
                 옥팔찌[玉連環]를 잘 아는 이 몇이나 되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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