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3 - 선림고경총서 - 10 - 오가정종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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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권 조동종 53

                 한양 나루터에서 뱃속을 가로채 나왔고
                 지통사에서 유난히도 걸림 없이 살았네.

                 원각도량을 뒤적여 보고는
                 말로 미치지 못하는 곳에 뛰어들어
                 해묵은 옛 거울을 깨뜨려
                 부모에게서 낳기 전의 모습을 비춰 보았노라.

                 말로는 참으로 설명키 어려워
                 선종의 깊은 법문,흙에다 재를 섞어 버렸고
                 병에 가득 찬 물을 쏟아내지 않으니
                 온 누리 사람이 허기를 참고 굶주림을 삼키노라.

                 일천 성인의 경계 밖에서 손을 뿌리치고서
                 갈대꽃 속으로 웃음 지으며 백마 타고 들어가네
                 대궐 안에 천자를 모시는 신하 없는데
                 오동을 심었으니 어이 봉황이 살지 않겠나.

                 소식 이미 통했으나
                 애석하게도 사자는 발톱을 갖추지 못하고
                 기연이 맞지 않아
                 청산에서 부자가 서로 엇갈리게 되었다.

                 수미산 꼭대기에 강물이 가로 흐르니
                 법신을 꿰뚫어도 의심덩이 깨지 못하고
                 양광산 꼭대기에 풀이 무성하니
                 유언을 전하는 늙은 얼굴엔 눈물이 얼룩졌네.

                 양산 노스님에게 많은 설움 받음을 괴로워했으나
                 오골계가 고니 알을 낳았고
                 원록공의 얼버무림을 적지 않게 받았으나
                 검둥개는 발이 은빛처럼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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