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6 - 선림고경총서 - 10 - 오가정종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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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오가정종찬 하
“네가 현묘한 기틀을 깨쳤느냐?”
“ 설령 현묘한 깨침이 있다 해도 그것을 토해내야 할 것입니
다.”
이때 자(資)시자가 곁에 있다가 말하였다.
“청화엄(靑華嚴:투자 의청스님의 별명)이 병을 앓다가 오늘에
사 땀을 흘렸나 봅니다.”
스님은 그를 돌아보며 말하였다.
“개 같은 소리 말아라!다시 한 번만 구구한 소리를 지껄이면
구역질하겠다.”
그리고는 부산스님은 대양스님의 가죽신과 가사를 스님에게
전하면서 격려하였다.
“나를 대신하여 조동종을 이어 가라.”
상당하여 말하였다.
“종지를 들어 말하자면 범성(凡聖)의 자취가 끊어지고 누각의
문을 열어 또 하나의 주인을 만날 것이다.그러나 설령 주렴을 걷
어올려 깨달았다 해도 어찌 구경꾼임을 면하겠느냐.봄에 복사꽃
피면 눈병만 더할 것이다.
이 때문에 옛사람이 말하기를 ‘향상일로(向上一路)는 천 명의
성인도 전하지 못한다’고 하였고 그대들도 전하지 못했는데 어찌
하여 무쇠소는 신라로 달려가 버렸느냐?”
‘ 악!’하고 다시 말하였다.
“통달한 자라면 어둠 속에서 놀라는 줄을 알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