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7 - 선림고경총서 - 10 - 오가정종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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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권 조동종 57

               한 스님이 물었다.

               “스님은 어느 집안의 곡조를 노래하며 종풍(宗風)은 누구에게
            서 이어 받았습니까?”

               “ 위음왕불(威音王佛)이전,까마득한 옛날에 화살 한 발을 쏘아
            두 겹의 산을 꿰뚫었다.”


               상당하여 말하였다.

               “침묵하면 음계(陰界)에 빠지고,말을 하면 깊은 구덩이에 떨어
            진다.집착하면 하늘땅처럼 멀어지고,놔버리면 천생만겁(天生萬

            劫)이다.큰 파도가 가없고 흰 물보라는 하늘 끝에 닿는데 바다를
            압도하는 맑은 구슬은 누구의 손에 있는가?”
               잠깐 묵묵히 있다가 주장자를 한 차례 내려치고는 말하였다.

               “산산조각이 났구나!”



               대중에게 말하였다.
               “이 일을 논할라치면 마치 봉황새가 하늘을 날아도 자취를 남
            기지 않고,영양이 나뭇가지에 뿔을 걸고 쉴 때 그 발자국을 찾을
            수 없는 것과 같다.황금용은 찬 연못을 지키지 않으니,옥토끼인

            들 어찌 두꺼비 그림자에 살겠는가.혹시라도 빈주(賓主)를 나눈다
            면 까마득한 옛날,위음불 세계 밖에서 고개를 저어야 하고,문답

            을 베풀려거든 현묘한 길가에서 드러내야 한다.그렇다 해도 아직
            은 도중에 있는 것이니 여기서 뚫어지게 주시하면 그것을 보는
            데 힘들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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