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9 - 선림고경총서 - 10 - 오가정종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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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권 조동종 59

                 하늘이 큰 인물 내셨도다.

                 인명(因明)을 익혔으나 그물을 벗어나지 못하고
                 화엄경을 연구했으나 족쇄만 더하였다.

                 부산스님의 상서롭지 못한 꿈에 들어가니
                 날개 꺾인 매를 길러서 무엇하리
                 이미 떨어진 조동(曹洞)의 바람을 좇으나
                 절름발이 개는 끝내 고칠 수 없었네.

                 황금 봉황이 용의 집을 빌려 잠자니
                 회성암에 빠져 겹겹이 에워싸임을 어찌 알았으랴
                 좋은 말은 채찍 그림자만 보고서도 달리니
                 애당초 세존의 침묵을 기다릴 것 없었네.

                 마음 그대로가 자성(自性)이요
                 부처 또한 억지로 붙인 이름
                 오묘히 현기(玄機)를 깨달았으나
                 나라면 그대로 토해내리라.

                 무쇠소는 신라를 지나가니
                 향상일로는 많은 성인 전하지 않고
                 석녀는 월자궁(月子弓)을 살짝 당겨서
                 두 겹 산을 화살 한 발로 궤뚫었노라.

                 진해명주를 흔들어
                 산산조각을 냈으나
                 언어와 침묵으로 이를 수 없는 곳에서
                 몸 돌릴 줄 몰랐고.

                 해묵은 옛 거울에
                 한 겹 빛을 더하였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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