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4 - 선림고경총서 - 10 - 오가정종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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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오가정종찬 하

            지 않고 오로지 성심껏 도를 배워 구족(九族)에게 도움이 될 것이

            며,조금이라도 이 마음을 어길 때는 마땅히 목숨을 버리겠노라
            하였다.부모는 이 때문에 출가를 허락하였는데,이제 만일 본심

            을 지키지 못하고 사사로이 임금의 총애를 받는다면 불법은 쇠퇴
            할 것이다.”
               그리고는 글[表]을 지어 굳이 사양하였으나,휘종은 개봉부윤에
            게 명을 내려 칙령을 받아들이도록 하였다.그러나 스님은 굳이

            뜻을 바꾸지 않아서 어명을 거역하였다 하여 죄를 받게 되었다.
            임금의 명으로 형관(刑官)에게 보내지자 형관은 스님의 진심을 알

            고 있는 터라 어디 아픈 데는 없느냐고 물었다.
               “평소에는 병이 있었으나 지금은 없소.”
               “ 병이 있다 말하면 법적으로 형을 받지 않게 됩니다.”

               “ 이미 후의는 잘 알고 있지만 거짓말을 하고는 내 마음이 불편
            하오.”

               그리고는 담담하게 형을 받고 유배를 떠나자 뒤따르는 사람들
            이 마치 저자거리에 모여드는 것처럼 많았다.
               스님은 유배지 치주(淄州:山東省)에 이르러 집을 빌려 살았는
            데 학인들이 더욱 모여들었고,그 이듬해 겨울 “편할 대로 하라”

            는 사면령을 받고서 부용산에 암자를 지으니,사부대중(四部大衆)
            이 운집하여 조동종의 종풍을 크게 펼쳤다.



               대중에게 말하였다.
               “이 산승은 이렇다 하게 수행한 것이 없는데도 송구스럽게 총

            림의 주인이 되었으니,어찌 가만히 앉아 사원의 재물을 소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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