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3 - 선림고경총서 - 10 - 오가정종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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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권 조동종 63
있을 수 있겠는가.옛 부처 도량에서나 조사의 문하에서는 모두가
한쪽 손을 내밀어 왕래하는 학인들을 맞이하는데,여러분이 한번
말해 보아라.이렇게 하여 어느 쪽 일을 이룰 수 있겠는가를.”
한참 잠자코 있다가 말하였다.
“그림자 없는 나무를 심어 후인이 보도록 남겨 두리라.”
한 스님이 물었다.
“오랑캐의 노래는 5음(五音)에 속하지 않아도 그 여운은 하늘
까지 울린다 하니,스님께서 한번 불러 주시기를 바랍니다.”
“ 나무 닭은 야반삼경에 울고,쇠 봉황은 새벽을 부른다.”
“ 이렇게 되면 한 곡조 속에 천고의 운치를 머금었으니,법당에
가득 찬 행각승이 모두 음률을 알겠습니다.”
“ 혓바닥 없는 동자가 이 노래에 화답할 수 있을 것이다.”
“ 솜씨 좋은 선지식은 사람과 하늘의 안목입니다.”
“ 두 조각 입술을 다물고 나가거라.”
대관(大觀:1107~1110)초에 개봉부윤 이효수(開封府尹 李孝
壽)가 조정에 아뢰었다.
“도해스님의 도행은 총림에 탁월하니 마땅히 그를 포상해야 할
것입니다.”
이에 임금(宋․徽宗)은 붉은 색 가사와 정조선사(定照禪師)라는
법호를 내렸다.내시가 칙명을 받들고 오자 스님은 임금께 감사하
는 뜻으로 절을 하고 자기 뜻을 말하였다.
“지난날 출가할 때에 큰 서원을 세웠는데,그것은 명리를 따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