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5 - 선림고경총서 - 10 - 오가정종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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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권 조동종 65

            옛 성인의 부촉을 싹 잊을 수 있겠는가.이제 옛 분들이 주지하시

            던 법도를 그대로 본받아 여러분과 의논하고 결정코자 하노라.
               다시는 산을 내려가지 말 것이며,마을에 공양을 나가지도 말

            고,화주를 보내지도 말 것이다.1년 동안 절 밭에서 생산되는 것
            을 360등분하여 하루에 1등분씩 사용하되 사람 수에 따라 늘이거
            나 줄이지 않겠다.밥을 지을 만하면 밥을 짓고 모자라면 죽을 끓
            이며 그것도 부족하면 미음을 끓일 것이다.새로 들어오는 스님들

            과 서로 인사할 땐 차만 끓일 뿐 그밖에 음식물을 데우거나 불을
            지피는 일이 없게 하라.차 마시는 방은 한 군데만 설치하여 각자

            각자 사용하되 힘써 인연을 줄이고 오로지 도를 깨치는 데 힘써
            라.”
               스님이 유배에서 풀려나 돌아온 후 형관이 얼굴에 먹물자국을

            없애려 하자 스님이 말하였다.
               “이는 먼저 임금께서 남기신 자국인데 어찌 없앨 수 있겠는

            가.”
               황제는 이 말을 듣고서 말하였다.
               “이 노인이 죽을 때까지도 꼬장꼬장하겠구나.”



               영원 유청(靈源惟淸)스님이 스님의 영정에 찬을 썼다.


                 엄동설한 폭설이 내리면
                 그때서야 송죽의 절개를 보니

                 아름다운 풀 싱싱한 꽃은
                 모두가 조화신공을 완성하는데
                 세간의 영화를 훔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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