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6 - 선림고경총서 - 10 - 오가정종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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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오가정종찬 하

                 실로 은혜를 저버리는 일일세.
                 嚴天大雪 始見松筠
                 媚草夭花 亦成造化
                 苟竊世榮 實孤恩者



               찬하노라.


                 꼬장꼬장한 고집쟁이 노승이여!
                 등뼈가 무쇠로 생겼구나.

                 나라의 칙명에 요순우탕을 빌릴 것 없는데
                 조동의 종풍에 회호(回互)하는 편정(偏正)을 어찌 가리랴.

                 참으로 의심 없는 경지에 이르러야
                 얼른 두 귀를 막아 버리며
                 솜씨 좋은 선지식이라 하자마자
                 두 조각 입술을 닫고 나가는 것이 좋겠다 하였네.

                 오랑캐 노래에는 음률이 없는데
                 야반삼경에 너무 닭이 운다고 말하지 말라
                 조사 문하에 공훈이 끊어지니
                 부질없이 손 내밀어 그림자 없는 나무를 심게 하였네.

                 동행한 사람은 가르침을 받지 않는다 하니
                 부질없이 그에게 지팡이 가져와라 짚신 가져와라 하였고
                 오거나 가거나 언제나 맨손이라 해도
                 누구 집엔들 종놈과 계집종 없겠나.

                 석녀는 베틀에서 베를 짜고 목인(木人)은 비단을 펼쳐 보이는데
                 옛 보따리 뒤져보니 분명코 집안의 보물이요
                 진흙소가 바다로 들어가고 무쇠개는 하늘을 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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