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9 - 선림고경총서 - 10 - 오가정종찬(하)
P. 69
제3권 조동종 69
“보이느냐?
해오라기가 눈 속에 서 있으나 같은 색이 아니요,밝은 달에
갈대꽃은 서로 같지 않다.”
상당하여 말하였다.
“보배 달은 휘영청 흐르고 맑은 연못에 달 그림자 비치나 물은
달을 맞이할 뜻이 없었고 달은 여러 곳에 나눠 비출 마음이 없으
니 물과 달을 모두 잊어야 바야흐로 끊었다 할 것이다.옛말에도
‘하늘에 오르는 일이라면 곧바로 올라가야 하고 10성(十成:완전
한 것)의 일은 곧바로 떠나야 하니,땅에 집어던져 쨍그랑 쇳소리
가 나도 돌아보아서는 안 된다’하였다.
이렇게 할 수 있다면 비로소 ‘다른 류 가운데에서 행한다[異類
中行]’는 뜻을 알게 될 것이다.이쯤 되면 여러분들은 모두들 자
세히 알겠느냐?”
한참을 잠자코 있다가 말하였다.
“길을 갈 때는 인간의 발걸음을 들지 말아라.털을 쓰고 뿔 돋
친 축생이 진흙수렁에 뒤섞여 있으니…….”
상당하여 말하였다.
“높다란 한낮의 태양도 반쪽은 그늘져 있고 고요한 야반삼경의
달도 완전히 둥글지는 않다.여섯 집[六戶:여섯 감각기관,즉 신
체]에서는 한번도 새벽이 오는 뜻을 알지 못하고 항상 달이 밝기
전에 오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