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0 - 선림고경총서 - 10 - 오가정종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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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오가정종찬 하
한 스님이 물었다.
“우두 법융(牛頭法融:594~657)스님이 사조 도신(四祖道信:
580~651)스님을 친견하기 전에는 어떻습니까?”
“ 노란 국화꽃 피자 벌들이 다투어 꿀을 모은다.”
“ 친견한 후에는 어떻습니까?”
“ 잎새가 마르고 꽃잎이 지니 전혀 의지할 곳이 없다.”
진헐 청료(眞歇淸了)스님이 찾아오자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공겁(空劫)이전의 자기 모습인가?”
진헐스님이 대답하려는데 “네 마음이 시끌법석대는구나.가거
라!”하였다.
어느 날 진헐스님이 발우봉(鉢盂峰)에 올라갔다가 갑자기 깨달
았다.절에 돌아와 스님을 모시고 서 있자 스님은 그의 뺨을 치며
말하였다.
“나는 네가 뭔가 알고 있는 줄 알았다.”
진헐스님은 얼른 절을 올렸다.
그 이튿날 상당하여 말하였다.
“햇살이 비치니 외로운 봉우리 푸르고,달이 뜨니 시냇물 차갑
구나.조사의 현묘한 비법을 한 조각 마음속에 넣어 두지 말아
라.”
그리고는 법좌에서 내려와 진헐스님이 앞으로 나서며 말하였
다.
“오늘 법좌에 오르셔서는 다시 저를 속일 수 없습니다.”
“ 한번 말해 보아라.내가 오늘 법좌에 올랐던 일을.”